‘무능한 자에게 비단을 맡기면 칼로 비단을 망치고 만다’ 조도상금(操刀傷錦)
사진=셔터스톡
춘추전국시대 정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다. 재상 자피(子皮)가 자신이 총애하는 윤하(尹何)라는 젊은이를 자신의 영지를 다스리는 관리로 파견하려고 했다. 이때 자산(子山)이란 인물이 윤하는 아직 어리고 경험과 능력이 부족하다며 반대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그 사람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통치를 맡기는 것은 칼을 다룰 줄 모르는 사람에게 칼을 주고 사용하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경우 기필코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 다치게 될 것입니다.”
자피는 제 뜻을 굽히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윤하는 매우 정직하고 충직한 사람이요. 일이야 차차 배우면서 하면 되지 않겠소?”
자산은 자피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당신이 고급 비단을 가지고 있다면 재단도 할 줄 모르는 이에게 배우면서 재단하라며 맡기시겠습니까? 그럴 경우 그자는 칼로 비단을 다 망쳐 버릴 것입니다.”
“……”
“영지와 백성은 비단보다 더 소중합니다. 어찌하여 경험도 능력도 부족한 자에게 영지를 맡기려 하십니까? 배우고 나서 정사(政事)에 입문한다는 말을 들어봤어도 정사에 입문해 배운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자피는 논리 정연한 자산의 말에 감복해 자기 뜻을 거뒀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더 현명한 자산이 국정을 맡는 게 옳다고 여기고 극구 제청해 자산에게 재상 자리를 넘겨줬다. 이후 정나라는 비록 크기는 작지만 강한 힘을 지닌 강소국으로 발돋움했다.
이 이야기에서 ‘조도상금(操刀傷錦)’이란 고사성어가 나왔다. 풀이하면 ‘칼로 비단을 상하게 한다’라는 뜻으로 ‘무능한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면 그것을 망치게 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操 잡을 조 / 刀 칼 도 / 傷 해칠 상 / 錦 비단 금
이 이야기는 《춘추(春秋)》의 해설서라고 할 수 있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실려 있다.
출처: http://www.epoch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9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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