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을 저버린 결과
중국 서한 후기, 옻칠하고 은을 새겨넣은 가구 소품, 극동 예술 재단. (AC1997.50.1.1-.2)
춘추시대 유후라는 사람이 있었다. 가난하게 살던 그는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장사해서 부자가 된 친구들을 보고 자기도 한번 해보기로 했다.
우선 지란이라는 친구에게 가서 부자가 되는 법을 물었다.
지란이 말했다. "지금 옻칠들을 아주 많이 하고 있어. 옻나무를 심어서 옻을 뽑아서 파는 건 어떨까?“
유후는 매우 기뻐하며 옻나무 기르는 방법을 물었고, 지란은 그의 질문에 정성껏 대답해주었다.
유후는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해 드디어 넓은 옻나무밭을 만들었다. 3년 만에 옻나무는 크게 자랐고 유후는 아주 즐거워했다.
"나무에서 옻이 나오기 시작하면 나는 돈을 많이 벌 수 있겠지. 오나라로 옻칠을 가져가서 팔아야지."
이즈음 처남이 찾아와서 유후에게 말했다. "저는 장사하러 오나라에 갈 때가 많습니다. 그곳 시장에서 옻칠이 상당히 잘 팔립니다. 그곳에 몇 차례만 내다 팔면 돈이 될 것입니다."
부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유후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다른 좋은 방법은 없는지 처남에게 물었다.
처남이 말했다. "옻칠은 오나라에서 아주 인기가 있습니다. 옻칠 장사꾼들이 옻나무 잎을 달이는 것을 봤습니다. 옻나무 잎을 달인 물과 옻칠을 섞으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오나라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 말을 듣고 유후는 밤새도록 옻나무 잎을 달였고, 옻나무 잎 달인 물과 옻칠을 챙겨 오나라로 향했다.
겨울철에 영국 데본 지역 시골 마을 정원의 이끼로 덮이고 박새 풀에 둘러싸인 중국 옻나무 또는 오배자 나무.(셔터스톡) |
당시 오나라와 월나라는 관계가 좋지 않았다. 상인들이 자유롭게 서로 왕래하기가 쉽지 않아 오나라에서는 옻칠 수요가 많았다. 옻칠 상인들은 유후가 월나라에서 옻칠을 팔러왔다는 소식에 매우 반가워하며 그를 만나러 외곽지까지 와서 잘 곳도 마련해주었다.
상인들은 유후의 옻칠을 보더니 정말 품질이 좋다며 감탄했다. 가격을 정하고 옻칠 항아리를 봉인한 후 다음날 가져갈 때 값을 지급하기로 했다.
상인들이 떠나자마자 유후는 봉인을 열어 나중에 팔기 위해 품질 좋은 옻칠을 일부 덜어냈고, 옻나무 잎 달인 물을 부어 섞은 뒤 다시 밀봉했다. 그런데 서두르느라 봉인을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다음 날 봉인이 뜯어진 것을 발견한 상인들은 의심을 했고, 핑계를 대며 며칠 후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유후는 며칠 동안 기다렸지만, 상인들은 다시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옻나무 잎 달인 물과 섞인 옻칠의 품질은 점점 나빠졌다.
이렇게 해서 유후는 옻칠을 전혀 팔지 못했고 심지어 좋은 옻칠도 망쳐버렸다.
이 사실을 안 상인들이 그를 책망하며, “상인이 정직해야죠. 사람들에게 물건의 품질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어요. 이렇게 비열하게 장사를 하는데 누가 당신을 동정하겠어요?"라고 말했다.
월나라로 돌아갈 돈조차 없었던 유후는 오나라에서 구걸하다가 결국 굶어 죽었다.
아마존 판매 중인 ‘중국의 귀한 이야기’ 제1권에 실린 이야기를 허락받아 번역함.
출처: http://www.epoch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0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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