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수신양성
1900년대 초 바둑을 두는 남녀. (Public Domain)
자가 학습능력과 가공할 만한 계산 능력을 갖춘 기계 지능의 발전이 인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간-기계 대결의 진짜 주인공인 바둑에 대해서는 은연중 간과하고 있는지 모른다.
4천 년 전 인류 사회에 등장한 게임인 바둑은 극히 간단한 규칙을 바탕으로 극도로 방대한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변수가 너무나도 많아 슈퍼컴퓨터라도 모든 변수를 장악하기는 불가능하다.
바둑을 발명해낸 생명의 지혜는 당시 그리고 현재 인류와 기계의 지능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누구이며, 그가 인류에게 바둑을 남겨준 목적은 또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만하다.
바둑판은 비록 작은 크기지만 오묘한 도리와 수많은 변화를 품고 있다. 같은 국면에서도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천지음양과 정치, 병법 계책, 처세술, 처신과 취사선택이 모두 바둑판 안에 들어있다.
두는 사람에 따라 기풍도 제각각이다. 바둑판의 중앙을 중시하며 호쾌하게 여러 곳에 수를 두며 그 기세가 웅장한 기사가 있는가 하면, 구석에서 실리를 챙기며 뛰어난 계산능력으로 상대방의 취약점을 찌르는 기사가 있다. 바둑의 예술미를 추구해 승부에는 유리하더라도 아름답지 않은 수는 두지 않는 기사도 있다. 프로기사로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후배들에게 아름다운 대국을 남겨주고자 그렇게 한 것이다.
한 프로기사는 바둑의 도(道)란 “유한한 생명을 가지고 무한한 변수를 가진 바둑 세계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라고 감탄했다.
중국 광둥성 바둑문화촉진회 덩양웨이(鄧揚威) 부회장은 “바둑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과 묘사는 옛날 사람들과 달라서 바둑은 이미 경쟁 스포츠의 범주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은 경쟁은 바둑의 일부분일 뿐이고, 바둑의 더욱 중요한 기능은 수신양성과 사람의 소양을 높이는 데 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덩 부회장에 따르면 물질적인 욕망이 팽배한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도덕이 점차 파괴되고 있으며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바둑은 이처럼 경망스러운 사회에서 안정을 찾고 규칙을 지키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바둑에서는 규칙과 품위를 중시한다. 소설가 진융(金庸)은 ‘바둑 한 판 한 판은 모두 엄격한 도덕적 훈련이나 다름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도덕 수련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지난 9일 미국 과학기술 매체 더 버지(The Verge)와 인터뷰에서 “현재 영국 보건의료시스템과 협력해 인공지능을 의료 사진에 기반을 둔 진단에 활용하거나 생체 지표를 트래킹함으로써 사람들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도록 돕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전통 의학계와 수련계는 모두 사람들이 도덕적인 수련을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기르고, 그럼으로써 진정한 신체 건강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누구나가 바라는 건강과 장수를 실현하기 위해서 기계 지능에 의존하는 길을 걸어야 할지 아니면 전통문화의 길을 걸어야 할지 하는 문제야말로 아마도 이번 인간-기계 바둑 대결의 뒤에 숨겨진 의외의 함의가 아닐까.
출처: http://www.epoch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6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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