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자발적 사과, 양날의 검
사진은 2018년 인도 델리 모터쇼에서 공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 시리즈 중 하나.(SAJJAD HUSSAIN/AFP)
2월 7일 오후 10시 중국 CCTV는 뉴스 클라이언트를 통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의 공개사과를 전했다. 해당 뉴스는 ‘독일 다임러 그룹 사과: 중국의 주권과 영토완정(完整·완전하게 갖춤)에 결코 도전할 의사 없어’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이에 따르면 디터 제체(Dieter Zetsche) 다임러 그룹 회장과 후버투스 트로스카(Hubertus Troska) 다임러 중화권 사업부 이사장 겸 CEO가 2월 5일 다임러의 공식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올라온 ‘잘못된 게시물’과 인용 문구에 대한 사과의 뜻을 담은 연명서한을 스밍더(史明德) 주독 중국 대사에게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다임러 그룹은 서한을 통해 ‘중국 주권과 영토완정에 대해 의문을 갖거나 도전할 의사가 없다’면서 ‘마찬가지로 이를 전복하거나 파괴할 의도에 대해서도 지지하거나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으며 ‘저희 회사의 부주의로 인한 잘못이 중국 국민들에게 상처와 고통을 준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벤츠를 생산하는 유명 회사인 다임러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중국 주권과 영토완정에 대해 의문을 갖고 도전할 의사’를 추궁당해야 하는가? 무엇이 ‘중국 국민에게 상처’를 줬는가? CCTV뉴스는 왜 해당 사안에 대해 분명히 말하지 못하는가? 그 배후에 무엇이 있는 것인가?
해당 사안을 다룬 다른 매체에 따르면 사건은 베이징 시간으로 2월 5일 늦은 밤 벤츠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 하나에서 비롯됐다. 이 게시물에는 쿠페의 프로모션 사진과 함께 달라이 라마의 명언인 ‘모든 각도에서 상황을 바라보면 더 개방적이게 될 것(Look at situations from all angles, and you will become more open)’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벤츠가 사용한 명언 자체는 단순한 광고문구로써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러나 이 말을 한 인물, 달라이 라마가 중국 샤오펀홍(小粉紅: 인터넷상 중국의 애국주의 청년들로 지칭됨)을 자극했고 그들은 즉각 벤츠에 대한 보이콧을 표명했다.
샤오펀홍의 불매운동에 불안을 느낀 다임러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발적으로 사과를 결정했다. 사과문은 중국대중매체에 의해 유포됐다. 이와 같이 중국의 경제보복에 투항한 외국투자기업의 사례는 다임러뿐 아니다.
올해 1월 매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설문조사에서 타이완, 홍콩, 마카오 및 티베트를 독립 ‘국가’ 항목으로 분류한 것과 관련해 당국의 조사를 받은 바 있었다. 해당 기업의 중국판 공식 홈페이지는 일주일간 강제 폐쇄됐다. 매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사과성명을 여러 차례 발표해 사건 수습에 나섰다. 이외에도 델타항공(Delta Air Lines), 자라(ZARA), 메드트로닉(Medtronic Plc) 등 많은 외국기업들은 타이완을 ‘국가’로 표기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의 위에탄(約談: 사전 약속을 하고 실시하는 교육 및 조사)을 받았고, 시정과 함께 공개사과를 요구 받았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중국 사람이 홍콩, 마카오, 타이완을 가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중국에서 홍콩이나 마카오로 가는 항공편에서도 모두 출입국 수속을 밟아야 해서 국내항공의 수속기준과 완전히 다르다. 그러면 외국항공사가 홍콩, 마카오 등을 따로 분류해서 등록하는 것도 크게 비난할 일이 못 된다. 국가를 분열시키는 건 바로 중국 공산당 자신이다’이라며 비판했다.
또 다른 예로, 작년 6월 프랑스 기업 랑콤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홍콩가수 허윈스(何韻詩Denise Ho)와의 합동 콘서트를 취소했다. 이 사건 이후 여러 나라에서 랑콩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외국기업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에 무릎을 꿇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양날의 검이나 다름없다. 즉,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시장의 잇따른 경제보복에 주목하게 되어 투자를 기피하거나 철수하게 되는 것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자본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외국계 금융은행부터 해외 의류 브랜드, 제조업, 첨단기술에 이르기까지 사업 철수 및 투자 철회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통계청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6년 중국에 대한 외국 고정자산 투자액은 1,211.97억 위안(약 20조 6,143억 원)으로, 2011년 3,269.81억 위안(약 55조 6,161억원)과 비교하면 5년 사이 62.9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무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서는 2017년 처음 두 달 동안 중국이 실제 사용한 외자 금액은 전년 동기대비 2.3% 떨어진 1,386.8억 위안(약 23조 5,922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자본의 철수와 관련해서 투자 원가의 상승, 중국 공산당의 자본 통제 및 미국의 세금감면 정책의 영향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의 정치적 불안, 정치적 문제로 인한 외국기업에 대한 보복 역시 주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외국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자발적 사과는 상도와 원칙을 져버리는 행위로써 외부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기업의 명성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기까지 한다. 앞의 사례에서 살펴봤듯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중국 내 외국계 기업은 중국의 현 상황을 제대로 간파해야만 한다. 중국 공산당은 갈수록 민심을 잃고 있으며 많은 중국인들이 더는 중국 공산당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공산당에 대한 굴복 행위라면 어떤 형식을 취했든 경멸하는 것이다. 진정한 양심을 가진 중국인은 벤츠를 보이콧하지 않을 것이다. 약 3억 명에 달하는 중국인들이 중국 공산당의 관련 조직(공산당, 공청단, 소년선봉대)에서 탈퇴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외국기업들이 언제나 자신의 상도와 원칙을 고수한다면, ‘동쪽에서 잃어버린 것을 서쪽에서 찾을 수 있(其失之東隅, 必將收之桑榆)’을 것임이 분명하다.
중국CCTV를 비롯한 중국 공산당 매체들은 다임러가 공개사과한 배경에 대해 자세한 보도를 꺼려했다. 이는 달라이 라마라는 민감한 인물과 관련된 일일 뿐만 아니라 ‘모든 각도에서 상황을 바라보면 더 개방적이게 될 것’이라는 명언이 중국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사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중국 공산당은 국민들에게 달라이 라마의 지혜를 전달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 중국인이 ‘모든 각도에서’ 상황을 바라 보는 일은 상상하기 끔찍한 사건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국민은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백성이기 때문이다. 외국기업이 이러한 중국 공산당에 무릎을 꿇었다면 후대 역사의 평가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출처: http://www.epoch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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