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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중국의 미국 의약품 시장 점령으로 들여다본 ‘약품 안전성’ 논란

중국의 미국 의약품 시장 점령으로 들여다본 ‘약품 안전성’ 논란


     중국 구이린시에 위치한 구이린싼진(桂林三金) 제약 말라리아 제조 공장에서 근무 중인 노동자들의 모습

     (FREDERIC J. BROWN/AFP/GETTY IMAGES)



중국 제약기업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약품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FDA(미국식품의약처)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약물을 제조한 일부 중국 기업을 조사한 결과 심각한 보건법 위반 사례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완제품 또는 원료 형태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의약품 중 대다수가 미국 안전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일부는 조사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이 중요 의약품(페니실린, 헤파린 및 수술 필수 약물 등)의 공급처이자 그 양이 엄청나다는 것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과 무역마찰이 심해질 경우 미국은 주요 의약품 공급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로즈마리 깁슨(Rosemary Gibson)과 자나르단 프리사드 싱(Janardan Prasad Singh)은 신간 ‘중국산 처방전-중국 의약품에 의존하다 위기에 처한 미국’에서 중국 제약회사가 경쟁 업체 제품을 모방하고 저가로 제품을 공급하며 절차를 무시하는 방법 등으로 미국 의약품 시장에 파고들었다고 폭로했다.


깁슨과 싱은 “중국 정부가 의약품 공급을 갑자기 멈출 경우 미국의 많은 병원이 수술을 취소하고, 항암 치료를 중단하며 신장 투석을 제한해야 할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중국산 의약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책 내용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의약품 목록에는 HIV, 알츠하이머, 조울증, 조현병, 암, 우울증, 간질, 고혈압 등 다양한 질병 치료제가 포함돼 있다.


구매방식을 비밀에 부치고 원료 산지 공개 의무를 위반하는 제조회사가 많아 미국으로 수입된 중국산 의약품의 정확한 수량조차 파악이 힘든 실정이다. 게다가 중국은 제조 과정에 필요한 화학물질과 유효성분 물질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전 세계 약품 공급망의 지각변동


미국 제약시장은 최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1990년대 의약품과 비타민제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 공급량 중 90%를 미국, 유럽, 일본이 차지하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저서에서 인용된 업계 소식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과 인도가 전 세계 유효성분 물질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페니실린 같은 약품은 인도 역시 핵심 원료는 거의 중국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전 세계 제약 공급망 변화의 시초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2번째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깁슨과 싱은 “당시 백악관이 중국에 항구적 정상무역관계 권한을 제공하려고 무리하게 입법 과정을 처리했다. 또한, 기존 무역 파트너 국가와 같은 수준의 여러 가지 무역 혜택(수입 관세 감소 등)을 제공했다”라고 언급했다.


미국과 무역 물꼬가 트인 중국은 곧 미국 시장 점령을 위한 전략에 착수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의 편의를 봐주거나 경제적 보복을 감행하며 무역 주도권을 쥐기 위해 미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보고된 바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국 의회와 정부에 로비활동을 벌이는 미국 기업을 주시했고, 중국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는 기업은 중국 내 투자, 제조, 판매 등 여러 분야에서 제재를 당했다.


그 결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00년에 미․중관계법(U.S.–China Relations Act)을 통과시킨 지 3년 만에, 미국은 첫 대중 무역적자(총 1,2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조사도 이뤄지지 않는 중국산 약품의 실태


중국이 의약품 제조 분야를 점령하면서 제약 업계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의 건강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안타깝게도 FDA의 대응은 이런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FDA가 설립된 1906년 당시 미국 의약품은 대부분 미국에서 제조될 것으로 가정됐다. 즉, FDA의 감시․감독 범위에 외국 시설에 대한 대규모 조사나 허가 등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미국 제약회사는 현재 미국 국내 제약업계의 생산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상황에 FDA가 미국 제약회사만 조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깁슨과 싱의 저서에 따르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제한 조치를 완화한 이후로 중국 기업에 소속된 714개 공장이 미국 수출용으로 의약품과 유효성분 물질을 제조하기 시작했지만, FDA가 조사를 진행한 것은 1년에 고작 15건에 불과했다. 2007년에는 FDA의 해외 의약품 조사 프로그램 예산(미국 수출 의약품을 제조하는 해외 공장에 대한 조사 예산 등) 마저 감축됐다.


FDA는 2008년 중국 내 지부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FDA 조사관들은 미국에 항응고제 헤파린을 유통해온 상하이 넘버원 바이오케미컬 & 파마씨티컬(Shanghai No. 1 Biochemical & Pharmaceutical Co.)을 조사하며 이들이 헤파린을 제조한 것이 아니라 제3공장에서 헤파린을 구매해서 선적용 알루미늄 드럼통에 자사 이름만 붙여 미국에 수출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FDA 중국 지부는 현지에서의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지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2014년 4월 FDA 베이징 지부에 배정된 FDA 정직원은 고작 2명뿐이었다. 더군다나 중국 정부도 FDA 조사관 추가 파견을 위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FDA 광저우 지부와 상하이 지부를 폐쇄하도록 압박했다.


조사 시설과 직원의 안전 역시 보장받지 못했다. FDA가 시설 조사를 하려면 중국 지역 정부 당국에 사전 통지를 해야 했다. FDA 조사관들은 민감한 협상 문제가 생겨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원활한 업무 진행을 할 수 없었다.


깁슨과 싱의 저서에 등장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10~15분 정도 걸릴 자료 요청 업무도 내에서는 수일이 걸리고 자료 조작이나 은폐가 심해 공개가 가능한 자료만 제공한다고 전했다.


저가 경쟁에 멀어지는 약품 안전성


중국산 의약품의 형편없는 품질로 인한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2008년 3월, FDA는 언론 간담회를 열어 일리노이주 소재 기업인 박스터 헬스케어(Baxter Healthcare Corp.)가 유통하는 중국산 헤파린의 오염 때문에 사망자 4명과 질병, 부상자 350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FDA 조사관들은 해당 헤파린을 제조했던 중국 광저우 공장을 방문해 돼지의 장이 주원료인 페하린을 더러운 수조 안에서 제조했다는 것을 밝혔다. 미국 연방정부 관계자는 오염된 제품이 11개국으로 수출됐다고 발표했지만, 해당 약물로 인한 전 세계 피해 규모는 아직 정확한 추산조차 불가능하다.


2007년에도 중국산 반려동물 식품에서 멜라닌이 검출되면서 유사한 오염 문제가 대두됐다. 반려견과 반려묘 수천 마리가 질병에 걸렸고, 그중 수백 마리가 죽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뒤 같은 유해물질이 중국산 유아용 유동식에서 다시 검출됐다. 이로 인해 중국 내에서 유아 30만 명 이상에게서 관련 질환이 발병했고, 그중에서 최소 6명이 사망했다.


중국계 제약회사와 관련된 또 다른 문제는 중국계 제약회사가 저가로 약품을 판매하면서 규정을 지키며 의약품을 제조하는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내쫓는다는 것이다.


깁슨과 싱은 “중국 기업과 정부가 미국 표준을 준수하지 않는 것은 고도의 경쟁력 제고 전략이다.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중국은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계속 승승장구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저가 경쟁이 시작되면 미국 내 생산이 위축되고 대외구매가 활성화되면서 의약품의 품질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타민 C 시장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1990년대 초 유럽과 일본이 비타민 C (아스코르브산) 제품 중 대부분을 제조하고 유통했다. 하지만 2001년에 들어 중국 제약기업 4곳이 비타민 C 제품을 반값에 공급하면서 다른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 기업은 미국 제약 시장을 점령한 직후 제품 가격을 최대 600%까지 높였다. 실제로, 뉴욕 연방 법원에 2005명이 제기한 집단소송 중 중국 기업의 ‘공모 증거’가 많이 발견됐다.


깁슨과 싱은 중국 정부 주도하에 중국 제약회사들이 미국 페니실린 시장을 장악하려고 가격 담합을 포함한 여러 가지 전략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국제 제약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채택한 전략 전술 모델은 다른 분야에 적용했던 사례와 유사하다. 깁슨과 싱은 사이버보안 기업인 스쿼럴 웨크즈 대표이사 제프리 존슨(Jeffrey Johnson)이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의 설립 전 발언을 인용했다.


존슨은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 전략은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불법 독점 행위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국제 제약 시장 진입과 점령을 가속할 수 있는 정직하지 못한 여러 가지 전술 전략을 펼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2004년 베이징 연설에서 마거릿 햄버그 전 FDA 국장도 주요 의약품 생산을 중국에 의존할 경우 발생할 결과에 우려를 표하며 “국제 제약 공급망 시장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관련 위험이 커지고 있다. 품질 관리의 실패뿐만 아니라 의도적 전용, 위조약, 불순물 문제 등으로 인해 미국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http://www.epoch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5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