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고장난 한 20대 남성이 새 직장 첫 출근을 망치지 않기 위해 밤새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 화제가 되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 홈우드에 사는 청년 월터 카(20)는 이삿짐 운반 업체 벨홈스(Bellhops)에 첫 일자리를 얻었다.
그는 이사 예정인 고객의 집에 13일 첫 출근하기로 되어있었으나, 전날 밤 유일한 교통 수단인 그의 2003년형 닛산 중고차가 고장나버렸다. 이후 자정이 돼서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지 못한 월터는 다음날 아침 8시까지 도착해야 했기에 그냥 밤새 걷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12일 밤 12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집을 출발했다. 그는 스마트폰 지도에 의지해 집에서 펠햄 마을까지 20마일(약 32.2km)을 걷고 또 걸었다. 도보로 7, 8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4시간쯤 걸은 후 경찰이 도로변을 걷고 있는 월터를 발견하고 그를 검문했다. 새벽에 도로를 걷는 것을 보고 위험인물로 간주한 것.
당시 월터는 “제가 미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전 출근하는 중입니다”라고 말했고 경찰은 그의 딱한 사정을 듣고 난 뒤 목적지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뿐만 아니라 아침식사를 사주고 점심용 햄버거까지 안겼다.
덕분에 월터는 이삿짐을 요청한 고객 제니 레이미에게 예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레이미는 이른 아침에 도착한 월터를 보고 깜짝 놀라며 “다른 사람들이 도착할 때까지 위층에서 쉬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지만 월터는 “먼저 일을 시작할 수 있다”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레이미는 월터의 이어지는 사연을 듣고 감동했다. 월터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모든 것을 잃고 고향 뉴올리언스를 떠나 어머니와 함께 앨라배마로 왔다. 그는 “제 꿈은 오직 하나예요. 직장생활과 야간대학을 병행한 뒤 해병대에 자원입대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레이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약속을 지키려 이 먼 곳까지 걸어온 월터에게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동료에게 끔찍했던 전날 밤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했으나 ‘나는 걸었다’가 전부였다. 내 눈을 쳐다보며 생긋 웃어 보인 월터는 겸손하고 명랑했다”고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빠르게 번지면서 결국 회사 사장 마클린의 귀에까지 전해졌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의 30대 자수성가형 마클린 사장은 월터에게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했다.
마클린 사장은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월터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돼서 기쁩니다. 월터는 쉽고 편한 일만 찾는 젊은이가 아닙니다. 어린 나이에 이미 직장의 소중함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칭찬했다.
그리고 다음날 사장은 월터에게 자신이 타던 2014년형 포드 차량을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16일 차량 증정식에는 그에게 햄버거를 사준 경찰관들과 그의 이야기를 알린 레이미도 참가했다. 특히 레이미는 월터의 고장난 중고차 수리비를 마련하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모금해 하루 만에 8500달러(약 962만 원)를 모으기도 했다.
이들의 배려와 깜짝 선물에 진한 눈물을 흘린 월터는 감사를 표하며 “거의 7시간을 걸으니 솔직히 다리가 좀 아팠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제 앞에 있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걷고 또 걸어도 힘든 줄 몰랐습니다”라고 말했다.
월터는 이어 “오랫동안 기다렸던 첫 직장이었습니다. 제가 헌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떤 도전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