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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요모조모

임금 자리를 사양한 허유(許由) 이야기 … 영천세이(潁川洗耳)

임금 자리를 사양한 허유(許由) 이야기 … 영천세이(潁川洗耳)


                     허유(대기원 자료실)



‘영천세이(潁川洗耳)’란 ‘영천에 귀를 씻다’라는 뜻으로 허유(許由)라는 인물이 영천이라는 냇물에서 귀를 씻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는 왜 냇물에 귀를 씻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행위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길래 고사성어로 전해지는 것일까?


이 이야기는 중국의 태평성대로 알려진 요순(堯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요순시대의 요(堯)임금이 나이가 들어 나라를 다스리기 힘들어지자 왕위를 물려줄 새로운 인물을 물색했다. 자신에게 아들이 있긴 했지만, 왕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천하를 잘 다스릴만한 인물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러던 중 요임금은 허유라는 훌륭한 인물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허유는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를 거부하고 초야에 숨어 사는 은자(隱者)였다. 요임금은 허유를 찾아가 자신의 왕위를 대신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허유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며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대가 다스려 천하가 이미 잘 다스려지고 있는데 내가 대신한다면 나더러 허울 좋은 이름을 위하라는 말인가? 이름이란 실질의 손님이니 나더러 손님이 되라는 말인가? 뱁새가 깊은 숲에 둥지를 튼다 해도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신다고 해도 배만 채우면 그만이오. 그러니 돌아가시오. 나에게는 천하가 쓸모가 없소이다.”


그리고는 요임금을 피하여 기산(箕山)으로 들어가 숨어 살았다. 이후에도 요임금이 다시 구주(九州)라도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번에도 단호하게 거절했다. 요임금의 요청을 거절한 허유는 자신의 귀가 더럽혀졌다며 영천에 가서 냇물에 자신의 귀를 씻었다고 한다. 허유의 이러한 일화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 가득 찬 현실 세계에서 그것을 경계하는 이야기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허유의 이야기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보태어져 이야기는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허유가 영천에서 귀를 씻고 있는데, 이때 소부(巢父)라는 인물이 소에게 물을 먹이러 영천에 왔다가 허유를 보고는 왜 귀를 씻고 있는지 물었다. 허유가 그 사연을 들려주자 소부는 오히려 허유를 나무랐다.


“당신이 은자라는 소문이 널리 퍼졌으니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아니오. 진정한 은자라면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야 하는 법인데, 당신은 자신이 은자라는 것을 퍼뜨려 명성을 얻은 것이 아니오?”


그리고는 허유가 귀를 씻어 더럽혀진 물을 소에게 먹일 수는 없다며 소를 상류로 데려가 물을 먹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소부천우(巢父遷牛)’라고 한다.


‘영천세이’는 위진남북조시대 남조 송의 유의경(劉義慶)이 편찬한 ‘세설신어(世說新語)’에 수록되어 있으며, ‘소부천우’는 서진의 황보밀(皇甫謐)이 쓴 ‘일사전(逸士傳)’에 실려 있다.



출처: http://www.epoch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7159